[사이언스 in Art] 특이함을 좇은 영혼…日 작가 쿠사마 야요이

박수경 / 아트플랫폼 누아트 디렉터
[앵커]
큰 호박에 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점들이 묘한 질서 속에 박혀있는 작품, 혹시 어디선가 본 적이 있으신가요? 특이한 예술세계를 추구한 일본의 대표적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인데요, 오늘 '사이언스 in Art'에서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온라인 아트플랫폼 누아트 박수경 디렉터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정말 수많은 인증샷이 올라오는 작품이 이 점박이 호박 작품인데 이작품을 만든 쿠사마 야요이는 어떤 작가인지 간단하게 소개부터 해주시죠.

[인터뷰]
네,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노란 호박에 점이 박혀있는 작품 많이들 아실텐데요. 바로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입니다. 일본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작가이자 설치 미술가로도 유명한데요. 회화, 퍼포먼스, 비디오아트 뿐만 아니라 패션이나 문학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할만큼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가입니다. 교토 시립예술대학에서 일본의 전통화법을 공부했지만 서양의 화법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1952년에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꾸준히 활동하는데 작업하는 대부분의 시간은 작가에게 그야말로 고군분투의 시간이었습니다. 1950년대 말에 일본에서 뉴욕으로 건너가게 되는데요, 작업 스타일 또한 팝아트적인 요소가 강했지만 서양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당시 예술계의 주류에 속하지는 못했다고 하고요. 동시에 남성 중심이기도 했던 미술계에서 작가로서 인정받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특히 조지아 오키프, 도널드 저드, 프랭크 스텔라 같은 아티스트들과 교류하면서 성 평등이나 인권, 사회적인 문제들에 주목하기도 하면서 굉장히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다만 어릴 때부터 앓았던 정신 질환이 재발되면서 일본으로 돌아오게 되는데요, 이후에 도쿄 소재의 한 정신병원에 스스로 들어가 지내면서 병원 바로 앞에 자신의 작업실을 만들고 작업에 집중하게 됩니다.

[앵커]
쿠사마 야요이 작품은 많은 사람에게 친숙한 것 같은데요, 특징을 한번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보면요, 실제로 강박이나 환각 증세에서 기인한 어떤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어서 표현되거나 하나의 요소가 같은 형태로 증식되는듯한 특징들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요. 쿠사마에게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 자체가 자신의 정신적인 고통에서 해방시켜주는 수단이기도 했고요. 작품 속 대표적인 특징은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는 망과 점 등이 있습니다. 또, 회화나 설치, 퍼포먼스 등으로 대중과 미술계 모두를 사로잡으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아티스트입니다.

[앵커]
정신적 고통에서 탄생한 작품이였군요. 쿠사마 야요이 하면 노란 호박에 점이 박혀있는 작품이 가장 대표적인데 왜 호박에 이렇게 집중했을까요?

[인터뷰]
쿠사마 야요이에게 호박은 아주 중요한 소재입니다. 예를 들면 앤디 워홀 하면 캠벨 수프캔이 생각나는 것처럼 쿠사마하면 바로 떠오르는 작품이기도 한데요. 쿠사마가 호박에 대해서 쓴 글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호박은 애교가 있고, 야성적이며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끝없이 사로잡는다. 호박은 나에게 마음속의 시적인 평화를 가져다준다." 그리고 이 글의 말미에는 '나는 호박 때문에 살아내는 것이다' 라는 구절도 있습니다. 호박이라는 소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알 수 있는데요.

쿠사마 야요이의 부모는 농작물의 씨와 묘목을 거래하며 농장을 운영했는데요. 어린 시절 그런 배경 때문에 주로 밭이나 비닐하우스에서 식물과 호박 등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때문에 어릴 때부터 호박이 쿠사마에게는 애착의 소재이기도 했는데요, 불안한 심리 상태 때문에 나타난 환각 증세에도 호박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특히 증세가 심할 때는 눈 앞이 무수한 점으로 뒤덮혔다고 하는데요, 자신의 작업 과정이 일종의 치유 역할을 하기도 했기 때문에, 불안한 심리를 해방시키기 위해서 호박이나 무수히 증식하는 점들을 작품에 담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무수히 증식하는 점들이나 반복되는 요소들이 반복된다 이렇게 말씀해주셨는데 대표적인 작품을 예로 설명부탁드립니다.

[인터뷰]
네, 여러 작품들이 있지만요. 앞서 설명한 호박을 소재로 한 작품이 아무래도 쿠사마 야요이의 시그니처죠. 특히 노란 호박은 전 세계 각국 야외에 설치되기도 하면서 포토존으로도 자주 활용됩니다. 대표적으로는 일본의 예술의 섬으로 불리우는 나오시마 섬의 해변 부두에도 노란 호박 작품이 설치되었고요. 줄을 서서 사진을 찍을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때문에 나오시마의 상징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한데요. 그런데 아쉽게도 작년에 태풍 '루핏'으로 인해서 손상되는 수모가 있기도 했습니다.

[앵커]
사실 sns를 보면 이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배경으로 한 사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잖아요, 굉장히 유명한 작가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어서 쿠사마 야요이가 어린 시절부터 심리적으로 불안했다라고 설명을 해주셨잖아요, 왜 그렇게 된걸까요?

[인터뷰]
네, 먼저 쿠사마 야요이는 어린 시절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심리적으로는 굉장히 힘들게 성장했고요. 아주 어릴 때부터 강박증이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남다른 기행이 잦았는데요, 이런 쿠사마 야요이의 행동과 그 원인에 대해서 부모는 인정하지 않았고요. 오히려 훈육을 한다면서 학대를 했다고 합니다.

어린 쿠사마 야요이가 학대를 피해서 호박이 가득 차있는 창고로 숨는 일도 있었다고 하고요. 또, 기절했다가 눈을 떴을 때 붉은 꽃무늬 패턴의 식탁보를 보았는데 그 이후에 빨간 점이 눈 앞에 아른거리는 환영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아주 일부의 이야기만 봐도 얼마나 힘든 환경이었을지 짐작이 가는데요, 당연히 마음의 병이 깊었고요. 20대 후반에 이런 어머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뉴욕으로 떠난 이유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증상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는데요. 결국 증세가 악화 돼서 일본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데, 병을 치유하기 위함도 있었겠지만 살기 위한 절박함을 안고 자기 발로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또 병원과 가까운 곳에 스튜디오를 만들고 오가면서 작업하는데요. 증세가 더 악화 됐지만, 작품 활동에는 한층 더 매진하게 됩니다.

특히 강박증 환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기도 하는데요. 쿠사마 야요이에게는 작업을 하는 행위가 바로 그 과정이었습니다. 쿠사마 야요이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점’을 무한하게 그리면서 심신의 안정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앵커]
네 심리적으로 강박증도 앓았지만 한때 성차별과 인종차별로 고생을 했다고 하는데, 당시 미술계의 분위기가 어땠나요?

[인터뷰]
먼저 쿠사마 야요이가 일본에서 미국으로 떠나게 됐을 때, 일본 사회에 대해서 ‘너무 작고 노예적이고, 봉건적이고, 여성을 경멸한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졌는데요. 불우했던 가정 배경과 더불어서 자신을 둘러싼 부조리한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뉴욕으로 떠났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새로운 터전인 뉴욕에서도, 서양인이 아니라는 것과 당시의 남성 중심적인 분위기 때문에 주류에 속하지 못했고요.

하지만 쿠사마 야요이는 정신적으로 힘들어도, 예술적으로는 활활 타오르는 뼛속부터 예술가였는데요. 자신의 상황과 별개로 여러 부조리한 성차별이나 인종차별, 사회 문제에 있어서 앞장서서 예술을 도구로 목소리를 내면서 지속적으로 활동했습니다.

[앵커]
앞서 쿠사마 야요이가 병원 입원 이후에 작업에 더 매진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활동을 했는지 조금더 들려주시죠.

[인터뷰]
쿠사마 야요이는 자신의 병원과 5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쿠사마 스튜디오’를 마련했고요. 참고로 영구 재입원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입원중인 상태로, 스튜디오와 병원을 오가면서 꾸준히 작업하고 있습니다. 조수 팀이 함께 도우면서 작업하고 있는데요, 그림을 그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글을 쓰기도 하고, 조각 작업을 하기도 하면서 예술 혼을 쏟고 있습니다.

[앵커]
예술에 대한 마음이 정말 뜨거운 게 여기까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국내에 이렇게 예술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쿠사마 야요이 작품 수집가가 있다면서요?

[인터뷰]
네, 저도 참 신기한데요. 화학 계통 중견기업인 버드리를 이끄는 동시에 공학박사이기도 한 위승용 대표인데요. 2012년에 쿠사마 야요이와 루이비통의 협업 당시에, 쿠사마의 작품 세계에 매료됐다고 합니다. 이후에 세계 각지의 루트를 통해서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과 자료들을 수집했다고 하는데요. 작년 기준으로 총 300여 점의 작품을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위승용 공학박사는 ‘쿠사마 야요이의 인생의 흐름에 따라 작품을 수집하다 보니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작품도 소유하게 됐고, 최근에 관심도가 높아진 만큼 전시나 경매를 통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소장품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실제로 국내 전시를 위해 위승용 공학박사의 소장 작품이 선보여지기도 했습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그 밖에도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어디에 가면 볼 수 있나요?

[인터뷰]
네, 얼마 전에 개관한 갤러리지만 큰 화제가 되고 있죠. S2A 갤러리에서 쿠사마 야요이의 전시가 진행중 입니다. 글로벌 세아그룹의 김웅기 회장이 문화 사업 차원으로 미술품을 수집한다고 잘 알려져있고 최근에는 김환기의 '우주'를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서 이슈가 됐었는데요. S2A 갤러리는 글로벌 세아그룹에서 개관한 갤러리로, 현재 쿠사마 야요이 전시가 첫 개관전입니다.

총 40여 점의 전시작 중에는 김웅기 회장의 소장 작품들도 포함되어있다고 합니다. 이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모두 국내 컬렉터의 소장작들이고요. 이번 전시에서는 앞서 다뤘던 쿠사마 야요이의 다양한 호박 작품들도 볼 수 있고요. 특히 '반짝이는 호박'이라는 설치작도 볼 수 있는데요. 높이만 127센티미터에 무게가 150kg에 달하는 대형작입니다. 바로 지난해에 제작한 작품이고요, 모자이크처럼 반짝반짝한 외관이 아주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9월 14일까지 진행 중이니 꼭 가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앵커]
네, 저희도 꼭 한번 가봐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아트플랫폼 누아트 박수경 디렉터와 함께했습니다.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August 26,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