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땡이 호박’ ‘검은 줄무늬’… 현대미술 거장의 향연

국민일보.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현대미술 거장의 향연이다. 서울에선 ‘땡땡이 호박’의 쿠사마 야요이(93·일본)를, 대구에선 ‘검은 줄무늬’가 아이콘인 다니엘 뷔렌(94·프랑스)의 개인전이 열린다.

글로벌세아 그룹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옥 S타워 1층에 마련한 갤러리 S2A의 개관전 ‘쿠사마 야요이: 영원한 여정’은 지난 15일 오픈 전부터 화제가 됐다. 글로벌세아 그룹 김웅기(71) 회장이 2019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국 작가 최고가인 132억원에 낙찰된 김환기의 점화 ‘우주’의 소장자임이 밝혀져서다. 유니클로 등 해외 의류를 OEM 제작하는 글로벌세아 그룹은 최근 쌍용건설 인수에 나서는 등 이슈의 중심에 있다.

김 회장은 제조 기업에서 문화 기업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며 갤러리를 열었고 그 첫 전시로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 받는 작가이면서 자신의 첫 컬렉션 대상인 쿠사마 야요이를 택했다. 전시에는 ‘녹색 호박’(1993년 작)과 ‘6월의 정원’(88년 작) 등 김 회장 소장품 2점을 포함해 국내 컬렉터가 소장한 쿠사마 야요이 작품 40여점이 총출동했다.

보험가액만 200억원에 달하는 100호 ‘노란 호박’(95년 작)과 지난해 11월 서울옥션에서 국내 시장 최고 낙찰가(54억5000만원)를 기록한 50호 ‘노란 호박’(81년 작)도 공개됐다. 76년 작부터 2001년 작까지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 땡땡이 호박은 초기에는 줄무늬 경계에 굵은 점이 모여 있지만 후기로 갈수록 정중앙에 굵은 점이 모여 있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노랑 땡땡이 호박’뿐 아니라 ‘초록 땡땡이 호박’ ‘땡땡이 해바라기’ ‘단색형 땡땡이’ 등 다양한 평면 작업과 함께 입체 작품도 볼 수 있다.

많은 점이 무한 반복되는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세계에는 어린 시절의 불행이 반영돼 있다. 부유했지만 화목하지 않은 집안에서 자란 그는 부모의 학대를 피해 도망쳐야 했다. 숨어 지내던 그녀의 눈에 들어온 붉은 꽃무늬 식탁보가 잔상으로 남아 온 집안과 자신의 몸을 뒤엎는 환각을 경험했다. 환각이 작품의 모티브가 돼 결국 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이다. 그물망 회화와 호박 연작이 소개되며 글로벌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올랐지만 쿠사마 야요이는 지금 정신병원의 종신환자를 자처하고 병원 근처에 마련한 스튜디오로 출퇴근하며 작업하고 있다. 9월 14일까지.
July 22, 2022